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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떴2'가 가진 공감 없는 스토리의 문제

새로운 구성원으로 시작한 '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 그 추락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한때는 주말 예능의 지존의 자리까지 있었던 '패떴'은 차츰 하향세의 길을 걸어오다 결국 구성원 전원을 교체하고 '패떴2'로 변화를 꾀했다. '패떴2'의 첫 방은 16% 남짓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높였으나 현재는 반 토막에도 못 미치는 7.5%에 머물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걸까.

먼저 지목되는 것은 유재석, 이효리 같은 '패떴' 1기 멤버들의 공백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사실이다. 지금 '패떴2'에는 전체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굴러가게 할 수 있는 이들 같은 존재가 없다. 김원희가 나서서 상황을 이끌려는 노력이 보이나, 그것은 유재석이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지가 않아 마치 리얼 예능에서 토크쇼를 진행하는 듯한 어색함이 있다. 지상렬은 거의 목숨을 걸고(?) 궂은일을 도맡아하는 열성을 보이지만 그걸 효과적으로 받아주는 멤버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저 열심히 한다는 느낌만을 전할 뿐이다.

애초에 기대했던 조권, 윤아, 택연은 이미 프로그램밖에 있던 캐릭터를 프로그램 속으로 가져와 반복해서 보여줌으로써 그 이미지 소모가 너무 빨라지고 있다. 조권은 여기서도 여전히 깝춤을 추고, 윤아는 '분장실의 강선생님' 흉내를 내며, 택연은 초콜릿 복근을 과시한다. 매화아가씨-매실총각을 뽑는 장면에서 이들이 남장여자, 여장남자를 했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 조권의 여장은 결국 깝춤으로 이어졌고, 윤아의 남장은 의외의 보이쉬함을 통한 털털함을 재확인해줬으며, 택연은 결국 근육 과시로 마무리되었다.

거의 전 멤버가 프로그램 속에서 캐릭터를 세우지 못하고, 대신 이미 갖고 있던 캐릭터를 반복하는 것은 '패떴2'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든다. '패떴'은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연예인들이 유사가족으로 뭉쳐졌을 때, 그 새로운 관계 속에서 의외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재미를 주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외부의 캐릭터를 그저 내부로 가져올 때, 그것은 '패떴'의 정체성을 공고히 해주는 게 아니고, 그 캐릭터를 반복하는 출연자의 정체성만 소비하게 된다. 즉 '패떴2'에서 고유의 특징을 만들어내기 어려워지게 되는 셈이다. 유일하게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는 인물은 윤상현이지만 예능 초보로서 그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문제를 더욱 가중시키는 것은 연출의 문제다. 지금 '패떴2'에는 자연스러운 스토리가 부재하다. 어느 마을에 가는 것에 대한 설명도 없고, 그 곳에서 게임을 반복하는 것에도 어떤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이것은 단지 프로그램의 의미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게임 하나를 하더라도 그 과정을 통해 시청자가 그 게임에 빠져들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맥락 없는 게임은 시청자들의 맥빠지게 만든다. 아침에 기상시켜 갑자기 차에 타라고 한 후, 강변에서 씨름을 시키는 것은, 출연진을 고생시키는 것 이외의 공감을 찾기 어렵게 한다. 씨름부 아이들과의 아침 대결이 준비되었다면(어차피 이건 인위적인 것이다), 사전에 왜 그들이 대결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 정도는 암시되었어야 한다.

이것은 매화아가씨-매실총각 콘테스트나 벗굴 채취에서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이곳의 명물인 매화와 매실 그리고 벗굴을 홍보하기 위한 것은 알겠지만, 그 과정에서 이들이 왜 게임을 통해 이런 생고생을 해야 하는지는 잘 이해하기가 어렵다. 지금 '패떴2'는 이처럼 공감이 형성되기 이전에 인물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님으로써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도 효과는 나오지 않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패떴1'에서는 저녁 먹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주었는데, 지금은 눈밭과 진창에 뒹굴고, 벗굴 채취를 위해 차가운 물 속에 들어가도 그다지 재미를 주지 못한다.

이것은 '패떴1'이 가졌었던 공감대를 '패떴2'가 가져오지 못한 결과다. '패떴1'은 그 따뜻한 가족적인 분위기가 가장 큰 공감대였다. 그 분위기 위에서 서로 툭탁대지만 그것이 장난 같은 즐거운 놀이처럼 아기자기한 맛을 주었던 것. 하지만 '패떴2'는 너무 비장하다. 윤아나 조권, 택연, 윤상현 같은 좋은 멤버들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마음에 저들과 함께 여행을 가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공감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 즈음에서 떠올려야할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야심만만'이다. '야심만만'은 설문이라는 형식을 통해 초대 손님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재미를 선사했다. 어찌 보면 폭로의 우회형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설문을 통해 바탕에 깔린 공감대가 있었다. '아 나도 저랬었지'하는 공감을 통해 출연자의 이야기에 시청자가 고개를 끄떡일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야심만만2'로 오면서 그 공감이 사라지고, 대신 자극적인 설정만 남게 되었을 때,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가를 상기해봐야 할 것이다. '패떴2'는 왜 안타깝게도 '야심만만2'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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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떴'의 창조적 해체가 바람직한 이유

'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가 1기의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 새로운 '패떴'은 오는 25일 첫 촬영에 나선다고 한다. 지난 2008년 6월17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한때 30%가 넘는 시청률로 일요 버라이어티의 수위를 지켜왔으나 거듭된 악재와 패턴의 식상한 반복으로 내리막을 걷던 '패떴'은 이제 20개월의 대장정을 마치고 2기로 재정비되는 시점이다. 과연 '패떴1'의 해체와 '패떴2'의 시작은 바람직한 것일까.

먼저 왜 '패떴'이 이런 결과에 봉착했는가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패떴'에 쏟아졌던 많은 논란들과 그 논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제작진들, 그리고 캐릭터 운용의 실패 등을 그 원인으로 보고 있다. '1박2일'과 비교해 '패떴'은 위기대처능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맞는 얘기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패떴'은 '1박2일'과 같은 여행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프로그램 형식은 극히 다르다. 먼저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형식이 가진 특징을 이해한다면 이 두 프로그램이 왜 이다지도 다른 길로 갔는가를 알 수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가진 강점에서 빼놓은 수 없는 것이 바로 캐릭터의 성장 스토리다. 여타의 예능과 달리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캐릭터가 서고, 그 캐릭터가 매번 미션을 수행하면서 점차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야기의 몰입성을 높인다.

그런데 성장 스토리에는 조건이 있다. 시작하는 캐릭터들이 낮은 위치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낮은 곳에 있어야 성장 가능성이 많아지고 그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은 지속적인 시청을 유도해낼 수 있다. '무한도전'의 캐릭터들이 평균이하에서 시작해서 작금의 위치에까지 올라온 것과, 이제 성장해버린 상황에서 더 이상 캐릭터의 성장스토리로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는 이유도 그것이다. '무한도전'은 이제 프로그램 형식 실험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1박2일' 역시 시작 지점에서 그 출연진들은 그다지 최고의 위치에 서 있는 인물들이 아니었다. 강호동은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상태였지만, 김C나 은지원, 이수근, MC몽, 그리고 이승기까지 탑의 위치에 서 있는 인물들은 아니었다. 그들이 첫 여행을 떠나기 위해 모인 장소가 '톨케이트'였고 첫 회부터 먹을 것까지 자급자족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점을 생각해보면, '패떴'이 시작한 마치 시상식 같은 화려함은 사뭇 비교되는 지점이다.

'패떴'은 이들 리얼 버라이어티와는 방향 자체가 달랐다고 달라야만 했다. 즉 출연진들이 레드카펫 위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할 정도로 모두 탑 연예인들이었다. 유재석, 이효리는 물론이고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던 김수로, 아이돌 대성, 예능감이 살아나고 있던 윤종신이 그들이다. 여기에 초창기 멤버였던 이천희와 박예진은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즉 '패떴'은 '1박2일'이 낮은 위치에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그 스토리와는 정반대로, 높은 위치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전략을 취했고, 그것은 주효했다.

요정 같던 이효리가 몸빼를 입고, 아이돌 대성이 유재석과 함께 덤 앤 더머가 되며, 김수로는 이천희와 짝을 맞춰 김계모와 천데렐라가 되고, 박예진은 수수해보이는 이미지에 살벌함을 더했다. '패떴'은 탑의 위치에 서 있는 이들을 차츰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전략으로 큰 웃음을 주었다. 이것은 '1박2일'의 후발주자로서 차별화를 위해서도 당연한 것이었다. 우리는 흔히 '1박2일'과 비교하면서 '패떴'은 왜 그렇게 못하냐고 비판하지만, 사실 그게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모든 프로그램이 '1박2일' 같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초창기 이천희와 박예진에 이목이 집중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이들은 타 멤버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덜 기대하게 하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차별화에 성공한 형식은 또한 내적인 문제도 갖고 있었다. 그것은 탑 연예인이라는 지점에서 생겨날 수밖에 없는 형식의 폐쇄성에서 비롯된다. '패떴'은 '1박2일'과 달리 외부인과의 접촉이 거의 없이 패밀리들간의 이야기로 구성되는데 그 이유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자리한다. 즉 대외적인 인물들과 공공연히 접촉하는 것이 탑 연예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패떴'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 "아예 프로그램을 찍을 수 없을 정도"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이 폐쇄성은 고정 멤버들의 이미지 소비를 빨리 가져오게 만든다. 저들끼리 밥 해먹고 게임하는 형식의 반복은 그것이 늘 같은 멤버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쉬 식상해진다. 만일 현지인들이나 제작진과의 대결구도 같은 것을 끌어들여 변수를 만들어낸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지만 '패떴'은 그것이 여의치 않았다. 따라서 '패떴'이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게스트의 활용이다. 게스트를 변수로 끼워 넣어 상수의 식상함을 넘어서려 했던 것.

이렇게 보면 지금껏 '패떴'이 걸어온 길이 애초 형식 속에서 어느 정도는 결정되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1박2일'이나 '무한도전' 같은 성장 스토리형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위기가 그 성장의 정점에 설 때 오는 것처럼, '패떴' 같은 정점에서 추락하는 스토리를 가진 쇼의 위기는 한 치의 신비감 없이 보여줄 것을 다 보여준 지점에서 오게 된다. 즉 어떤 프로그램이나 이야기 구조를 갖는 한, 언젠가는 위기가 오고 결국은 사라져가는 운명을 갖게 된다. 다만 '패떴'은 그 형식의 폐쇄성 때문에 캐릭터 소비가 그만큼 빨라 그 사라지는 운명도 빨리 오게 되었던 것뿐이다.

그러니 '패떴'이 가진 이런 형식적인 특징을 감안했을 때, '패떴1'의 해체와 '패떴2'의 시작은 당연하고도 바람직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패떴'은 그 형식적 특성상 새로운 신비감을 가진 캐릭터들이 계속 투여되어야 지속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멤버로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패떴2'는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패떴'이라는 형식 자체가 힘이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힘을 극대화해낼 수 있는 새로운 인물들의 투입은 그만큼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새로운 인물들이 어떻게 새로운 이야기를 엮어나가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프로그램의 폐쇄성을 탈피할 수 있는 방법이나 리얼 버라이어티로서의 진정성을 확보하는 방법은 숙제로 남아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인물로 시작하는 '패떴2'가 주는 기대감이 결코 작지 않은 것 역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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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예능의 판타지와 현실을 모두 담아내다

비행기를 타고 또 배를 타고 그것도 모자라 버스를 타고 들어간 거문도. 실로 걷던 이를 멈추게 할 만큼 아름다운 거문도 등대에서 바라보는 풍광. 그 풍광 아래서 한바탕 포복절도의 복불복을 하는 멤버들. 아마도 이 카메라 앞에서의 장면만을 보여주었다면 그들의 '1박2일'이 어쩌면 일반인들을 꿈꾸게 만드는 판타지로 다가왔을 지도 모른다. "저렇게 놀면서 돈 벌면 참 좋겠다." 혹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이라면, 이렇게 말했을 지도 모른다. "저희들끼리 웃고 떠드는 걸 왜 우리가 보고 있어야 하지?"

하지만 적어도 '1박2일-거문도 등대'편을 본 시청자라면 적어도 이런 얘기는 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차가 들어가지 않는 거문도 등대에서의 촬영을 위해 8톤이 넘는 짐을 손수 이고 지고 나르는 그 장면이 카메라 앞의 판타지에 숨겨진 뒤편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 광경에서 '예능고도'라는 자막은 꽤 적절하다. '차마고도'의 이국적인 그 풍광들 뒤에는 그 아름다운 장면을 잡아내기 위해 때론 목숨을 거는 제작진들의 지독한 현실이 있다.

"이건 말도 안돼." 그들이 무거운 짐을 낑낑 짊어지고 가면서 쏟아내는 이 말이 아마도 대부분의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현실일 것이다. 이것은 '1박2일'처럼 야생을 표방하며 전면에 생고생을 내세우거나 '무한도전'처럼 매번 힘겨운 도전에 직면해야 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물론이고, '패밀리가 떴다'처럼 가족적이고 즐거운 여행을 표방하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대부분의 현장으로 나가는 리얼 예능 프로그램들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왜 그들은 이렇게 생고생을 하는 걸까. 그들이 하는 이른바 미션이라고 하는 것들은 물론 실제적인 것도 있지만, 때로는 허무맹랑한 것들도 있게 마련이다. '1박2일'이 오지로 여행을 떠나고 그 곳의 풍광을 소개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심지어 끼니를 거르거나 하룻밤 노숙을 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복불복은 그 자체가 어떤 실제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목적은 단 하나, 재미다.

과거적인 노동의 가치관이라면 이 재미와 즐거움에 목숨을 거는 프로그램이 이해가 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1박2일'이 보여주는 세계는 이른바 '드림 소사이어티'의 징후를 그대로 그려낸다. 우리는 무형적인 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니 이것은 기본적으로 즐거움과 웃음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갖고 있는 이중적인 모습이다. 그 앞에서는 웃음이 넘치지만 그 뒤편을 보면 땀과 눈물이 배어있다.

하지만 그 괴리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종종 우리는 앞면이 전부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리얼'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기 때문에, 앞면 그 자체만이 실제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 앞면의 즐거움은 때론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논란의 심정적인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1박2일-거문도 등대'편이 의미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예능의 뒤편을 프로그램 속으로 잘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복불복이라는 예능적인 재미와 그 재미의 결과로서 그 즐거움을 만들어내기 위한 "말도 안되는" 제작진들의 노고를 직접 체험하게 한 점은 그래서 실로 절묘하다 할 수 있다.

'1박2일'이 리얼 예능으로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그저 운이 좋았기 때문이 아니다. 리얼 예능이란, 리얼이 갖는 고통과 예능이 갖는 즐거움이 모두 공존하는 형식이다. 리얼 없는 예능은 진정성의 비판을 받기 마련이고, 예능 없는 리얼은 재미라는 예능의 근본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게 마련이다. '1박2일'은 바로 이 리얼과 예능, 즉 예능의 앞면과 뒷면의 모든 모습들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 1인자의 위치에 설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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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예능에서 설정이 가진 힘과 한계

때 아닌 참돔 하나가 '패밀리가 떴다'를 논란에 빠뜨렸다. 김종국이 아침식사를 위해 낚시를 하다가 잡은 20만 원 상당의 참돔이 조작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시청자들의 단순한 의문부호에서 시작됐다. 초보자가 이처럼 거대한(?) 참돔을 잡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의견이었지만 이 이야기는 차츰 조작이 아니냐는 방향으로 커졌고, 여기에 대해 '패떴'측은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며 부인했다. 하지만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고 "잠수부가 미리 잡은 참돔을 끼워줬다"는 한 블로거가 쓴 우도 여행기로 인해 상황은 일파만파로 커져버렸다.

'패떴'측은 그런 일은 절대 없었고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이 블로거의 글이 '패떴' 우도편이 방영되기 4일 전인 21일에 발행되었다는 점, 참돔은 본래 잘 잡히지 않고, 김종국이 잡은 참돔에 낚싯바늘이 바깥에서 안쪽으로 끼워졌다는 점을 들어 방송조작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한편 모 매체에서는 "그 날 바다 속에 들어간 사람이 없다"는 우도 현지에 있는 다이빙 업체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기사화했다. 이것으로 상황은 마무리될 것처럼 보였지만 이번에는 참돔의 등지느러미가 또 논란이 되었다. 화면에 포착된 김종국이 잡은 참돔에 등지느러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아직까지 확실하게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참돔 한 마리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 지느러미까지 비교하게 되는 정도까지 커져가는 것에는 좀 과도한 느낌이 없잖아 있다. 사건의 진위가 어떻든 김종국이 20만 원 상당의 참돔을 잡은 것이 이 프로그램에 얼마나 이득이 되었을까를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우연히 잡은 것이라고 해도 그것은 '패떴' 우도편을 살릴 만큼 커다란 사건이라고 보기 어렵다. 참돔이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이야기들과 그다지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이다.

즉 그 정도의 무리수까지 띄워가며 조작을 하기에는 결과가 너무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참돔 논란은 방송 내용으로 보자면 지엽적인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사실 '패떴'의 열혈 시청자가 아니라면 때 아닌 참돔 논란은 우스개처럼 여겨질 정도로 과도한 인상을 받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참돔 논란의 진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논란이 이렇게 일파만파의 상황으로 커져가게 된 사정에 있다. 즉 '패떴'이 지금껏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일련의 모습들이 참돔 논란을 키운 원인이라는 점이다.

'패떴'은 지금껏 그것이 리얼이냐 아니냐가 늘 도마 위에 올려지곤 했다. 대본의 존재는 물론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대부분에 해당되는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패떴'의 주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설정을 통한 상황극이 가진 한계다. 상황극 예능은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도 흔히 보는 것이고, 또 꼭 필요한 것이지만 그것의 과도함은 의도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리얼리티를 상쇄시키기도 한다. 처음부터 야생의 리얼을 주창하기보다, '패떴'은 인물들과 관계가 주는 웃음을 통해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설정을 통한 상황극이 주는 웃음은 반복을 거듭하면서 그 힘이 약화되었다. 즉 상황극이 자꾸 의도적인 느낌을 주게 된 것이다.

'패떴'에 갑자기 불어 닥친 참돔 논란은 그 자체보다도 이 프로그램이 지금껏 보여준 상황극 예능의 양상과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여진다. 최근 들어 리얼 버라이어티쇼들은 무언가 웃음을 주기 위해 강박적으로 상황을 만들기보다는 그저 내버려두고 바라보는 것으로 되도록 자연스러운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자의 자격'이나 '천하무적 야구단', 또 '청춘불패'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큰 웃음에 집착하기보다는 소소한 리얼함으로 호평을 받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최근 들어 관계가 주는 상황만큼 새벽일을 두고 벌이는 게임에 더 주력하는 것은 '패떴' 역시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인지도 모른다. '패떴'의 참돔 논란은 과도하다. 하지만 그 과도함에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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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버라이어티 전성시대, 그 의미는?

이른바 ‘시골 버라이어티’의 시대가 되었나. ‘무한도전’은 일찍이 2006년 농촌체험을 소재로 그 시골이라는 공간이 주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2007년에는 ‘비(?) 특집’을 통해 비 내리는 논에서의 한바탕 몸 개그를 선보이며 농촌을 버라이어티쇼의 장으로 변모시켰다. 그리고 2009년 ‘무한도전’의 벼농사 특집은 1년이라는 긴 기간으로 기획되어 실제로 농사를 짓는 그 과정을 보여주었다.

‘6시 내고향’의 예능 버전이라고 불리는 ‘1박2일’은 전국 각지의 농촌과 어촌을 찾아다니며 벌어지는 하룻밤의 해프닝을 리얼로 다룬다. 이 프로그램을 ‘6시 내고향’과 비교하는 것은 그 방영 시간대가 주중에 하는 ‘6시 내고향’과 같은 6시대이면서, 동시에 프로그램 속에 담기는 것들도 그 시골의 특산품이나 명물, 명소들이기 때문이다.

시골에 대한 주목은 이후 등장한 ‘패밀리가 떴다’의 본격적인 시골 버라이어티쇼로 이어진다. ‘패밀리가 떴다’는 시골이라는 공간을 쇼의 공간으로 바꾸면서 다양한 게임들을 마당에서 펼쳐 보여주었다. 스튜디오를 벗어난 공간으로서의 시골은 현장의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새로운 게임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시골에서 리얼로 벌어지는 1박2일 간의 해프닝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들 ‘시골 버라이어티쇼’는 주로 남성들만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패밀리가 떴다’에서 여성 멤버를 투입하면서 독특한 심리관계가 주는 재미를 선보이자, 이제는 더 이상 ‘시골 버라이어티’에 성별은 중요한 것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여성들의 아낌없이 무너지는 그 모습은 ‘시골 버라이어티’ 특유의 시골스런 모습과 대비되면서 주목되었다. 이효리가 몸빼바지를 입고 눈곱 낀 생얼을 카메라에 가감 없이 보여주고, 박예진이 그 가녀린(?) 손으로 거침없이 닭을 잡는 모습은 시청자를 열광케 했다.

그러니 신비로운 소녀 이미지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걸 그룹들이 시골에 가지 말란 법이 있을까. 새로이 시작된 ‘청춘불패’는 소녀시대의 유리, 써니, 카라의 구하라, 포미닛의 현아,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나르샤, 티아라의 효민, 시크릿의 선화가 시골의 집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일종의 생존(?) 버라이어티쇼라고 볼 수 있다. 화장실조차 없어 스스로 화장실을 만들던 이들이 구덩이의 간격을 맞춰보기 위해 자세를 잡는(?) 장면은 ‘청춘불패’가 보여주는 시골 버라이어티의 지점을 정확히 그려낸다.

이처럼 버라이어티쇼가 시골로 가게 된 것에는 먼저 연예인 리얼리티쇼가 대세가 된 지점과 시골이라는 공간이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연예인들이 몸빼 바지를 입고 시골에서 노동을 하는 모습은 그들의 불편한 모습 자체로 날 것의 웃음을 준다. 이른바 세련됨과 인공적인 치장을 걷어낸 뒤, 신비주의가 무너지는 그 지점에서 자연스러운 웃음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시골이라는 야외공간이 갖는 장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리얼리티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다수의 카메라의 동원을 통한 리얼한 순간의 포착은 이처럼 넓은 야외공간 속에서 빛을 발한다. 스튜디오가 갖는 좁은 공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이다. ‘1박2일’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시골의 야생 속으로 뛰어드는 강한 리얼리티를 선보인다. 즉 계곡이나 바닷물로 입수하거나 갯벌 속에서 진창에 뒹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골이라는 공간은 의미를 창출하는데 있어서 유리하다. 버라이어티쇼는 점점 어떤 스토리성이 강조되는 시기에 도달해있고, 그 스토리는 이제 웃음의 차원을 넘어서 어떤 의미까지를 요구하고 있다. 시골은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이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의 체험을 통한 조명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다. 게다가 시골의 때 묻지 않은 환경(자연환경은 물론이고 그 곳을 사는 분들의 순박함까지)이 때 묻은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다.

물론 시골이라는 공간이 너무 쇼의 공간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소지도 없잖아 있다. 하지만 이들 버라이어티쇼들은 쇼가 갖는 재미의 측면과 함께 늘 이 시골이라는 공간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 모습을 연출한다. 그것이 이 공간에 빚져 인기를 얻고 있는 버라이어티쇼가 해야 할 최소한의 예의이기 때문이다.

거꾸로 생각해봐야 할 것은 버라이어티쇼가 주목하는 시골에 대한 가능성을 관계부처들은 얼마나 인식하고 있으며, 또 실제로 어떤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시골 버라이어티쇼가 물론 그 프로그램의 성격상 시골의 사정들을 모두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대중들에게 시골이라는 공간이 주는 날것의 순박함이 넘치는 자연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어쩌면 시골 버라이어티쇼는 그 쇼적인 기능 이상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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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패떴 하지원 이효리의 한판 승부 장관의 바다 낚시(제주도 우도의 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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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주말은 참 행복하다. 무한도전에서 패밀리가 떴다 그리고 열혈 장사꾼에 이르기 까지 다들 너무 재미있는 시간들을 베풀어 (?) 주신다.^^ 열혈 장사꾼에 대한 블로깅이 자꾸만 미뤄져서 조금은 찝찝하지만 ...

    2009/10/26 17:05
  2. 라이벌 패떴이 사라진다면 1박은 좋기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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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 패밀리가 떴다 에 대한 각종 기사나 일부 블로그 기사 들을 보면 전부 다 는 아니지만 한쪽으로만 지나치게 치우쳐진 편향성과 함께 나아 가서는 섬뜩함 까지 느껴지게 하는 일종의 끔찍한 살기 마저 엿...

    2009/10/26 17:05
  3. 패떴 문경의 아름다움 교귀정 소나무 조령 약수터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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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1일 방영된 패밀리가 떴다 장혁 차태현 2회편은 전에 한번씩 출연한 경험이 있어 패떴 식구들과 패떴의 분위기에 익숙해진 장혁과 차태현이 그들의 동갑내기 친구인 김종국과 함께 종횡무진한 에피소드들...

    2009/10/26 17:06

드라마, 예능 시청률의 격전지가 된 주말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던 시기, 주말은 시청률의 무덤이 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도 그랬다. 주말이면(금요일 저녁부터) 야외로 나가는 대중들의 새로운 문화는 주말 시청률을 반 토막 내곤 했다. 특히 봄에 찾아오는 상춘객들의 급증이나 여름 바캉스 시즌에,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은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하지만 지독한 불황의 여파일까. 아니면 점점 여가로 정착되어가는 영상문화의 영향일까. 이제 주말은 계절을 불문하고 시청률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

먼저 드라마 시청률 경쟁의 불을 댕긴 것은 시청률 47%라는 괴력을 보인 ‘찬란한 유산’이다. 주말 드라마들이 주로 고정적인 시청층에 소구하는 가족드라마를 내세우며 평균적으로 20%대에 머물고 있었던 점을 감안해보면 ‘찬란한 유산’이 남긴 유산은 실로 찬란하다고 할 수 있다. 47%라는 수치는 좋은 작품에 그만한 시청자층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찬란한 유산’은 가족드라마적인 성격을 갖고 있으면서도, 미니시리즈적인 특징을 끌어안는 것으로 오히려 시청률 상승에 기폭제를 만들었다. 이것은 주말드라마하면 가족드라마라는 공식의 균열을 의미한다. ‘친구’나 ‘탐나는도다’ 같은 지금까지 주말에는 보기 어려웠던 드라마들이 주말에 포진하는 것은 이러한 변화를 감지한 행보라고 볼 수 있다.

‘찬란한 유산’의 종영 후 전체 드라마 중 가장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는 ‘선덕여왕’으로 그 바톤을 월화로 넘겨주었지만, 여전히 주말은 드라마 시청률의 밭이라고 할 수 있다. KBS 주말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이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고, ‘찬란한 유산’의 후속으로 들어온 ‘스타일’은 3회 만에 20% 시청률에 도달하고 있다. SBS 주말극장 ‘사랑은 아무나하나’ 역시 15% 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고, KBS 대하사극 ‘천추태후’는 떨어진 시청률에도 12%대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20위 권에 들어있는 주말드라마가 총 네 편으로 전체 순위에 있는 아홉 편 중 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예능 프로그램의 주말 시청률 경쟁은 점점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격전지는 일요일 저녁 시간대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개그콘서트’가 2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전체 예능프로그램의 수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KBS의 ‘해피선데이’가 따르고 있다. SBS의 ‘패밀리가 떴다’가 그 다음이고, MBC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는 한 때 이 경쟁의 대열에 있었지만 현재는 주춤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 이 일요일에 집중되던 시청률 경쟁은 이제 토요일로 번져갈 조짐이다. 토요일 예능의 절대 강자인 ‘무한도전’이 20%에 육박하는 시청률 상승을 맛보고 있으며, 토요일 저녁으로 자리를 옮긴 MBC의 ‘세바퀴’ 역시 16%대의 시청률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KBS의 ‘천하무적 토요일’은 아직 9%대 시청률에 머물고 있지만 잠재력이 있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한때 ‘무한도전’의 시청률을 위협하던 ‘스타킹’은 조작과 표절 시비로 가라앉고 있지만 절치부심 재기의 발판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MBC가 ‘무한도전’ 앞자리에 ‘스친소’를 폐지하고 대신 ‘우리 결혼했어요’를 포진시킨 점이다. 타 프로그램과의 경쟁 때문에 약화되긴 했지만 ‘우리 결혼했어요’의 시간대 변경은 어쩌면 토요 예능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할 지도 모른다. 토요일 예능 프로그램들의 시청률 경쟁은 이로써 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 주간의 시청률 성적표를 말해주는 주중시청률 표를 들여다보면 분야를 막론하고 20위권에 들어있는 프로그램이 무려 9편에 이른다. 만일 주말의 의미를 금요일 저녁부터 계산한다면 ‘절친노트2’를 포함해 전체 주중시청률 20위 권에 든 프로그램의 반이 주말에 포진한 셈이다. 주5일 근무제 도입과 함께 주말이 시청률의 무덤이 될 것이라 예측되었던 것과는 달리, 주말은 오히려 시청률의 밭이 되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그만큼 경쟁적이고 피곤해진 주중의 사회 풍경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주말의 TV는 움직이는 것조차 귀찮아진 지친 현대인들의 여가로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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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여행이란 무엇인가

상투잡기 2009/08/04 15:05 Posted by 더키앙

그 때 우리는 동해안의 어느 바닷가에 있었다. 도시의 폭염을 피해, 도시의 돈 냄새를 피해, 달아난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하늘은 잔뜩 찡그린 채 빗줄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텅 빈 백사장 위에 설치된 천막 옆에서 우리는 비에 젖은 생쥐마냥 떨면서 빗물을 안주삼아 소주를 마셨다. 집으로부터 3백 킬로미터는 떨어진 외딴 곳에 잘 곳도 없는 우리들에게, 주머니에 마지막으로 남겨진 돈을 톡톡 털어서 마시는 소주 맛이란, 막막함과 설렘이 뒤섞인 기막힌 맛이었다.

그 대책 없는 상황은 오히려 즐거움이었다. 천막 안에서 흘러나오는 쿵쿵 대는 음악에 맞춰 우리는 천막 바깥에서 춤을 추었다. 소주에 취해 빗물과 바닷물에 취해. 자연 속에 적당히 자신을 방치해버린 듯한 그 기분. 그것은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눈을 깜박이면서도 “어떻게든 되겠지”하고 낙관할 수 있었던 청춘의 기분이었고 그것은 여행이라는 단어가 갖는 그 느낌 자체이기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그때 갔었던 그 동해안의 바닷가는 이미 사그라져버린 청춘의 모래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천막이 있던 자리는 말끔하게 차려진 건물에 카페가 자리했다. 남미풍의 음악이 바다의 백사장까지 침투하는 그 곳에 앉으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저 편의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비라도 내릴라치면 묘한 감상에 젖어 비와 바다가 만들어내는 축축함을 쳇 베이커의 ‘마이 퍼니 발렌타인’에 버무려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앉아 부르고뉴 피노누아 정도가 글라스에 채워져 있다면 금상첨화. 우리의 여행은 20년의 세월만큼 달라져 있다.

자연에 가까웠던 청춘의 우리들은 어느새 문화라는 이름 속에 둥지를 튼 인공적인 안전함 속에서 안락함을 느끼고 있다. 이것은 나이든 우리들에게 온 변화이면서, 동시에 나이 먹어버린 우리네 환경의 변화이기도 하다. 우리와 분리되면서 자연은 우리의 안식처이면서 도전이 되었다. 자연 속에 있을 때 우리는 편안함을 느끼면서도 불안함을 느낀다. 우리에게 여행이란 끝없는 이 양가감정 속에 놓여져 있다. 도시 속의 안전함 속에서 우리가 만들어낸 문화라는 즐거움을 누리면서도 훌쩍 그 도시를 떠나고 싶은 마음은, 그러나 자연 속에서의 야생적인 하룻밤을 버텨내기가 어렵다.

TV라는 매체가 가진 가장 기본적인 속성은 대리체험이라는 점에서, 여행은 바로 이런 양가감정에 놓여있는 우리들을 흔들어놓는 소재다. 우리는 ‘소파에 편안하게 앉아서’, ‘걸어서 세계 속으로’ 갈 수도 있고, 범인들은 갈 수 없는 히말라야의 ‘산’에 오를 수도 있으며, 아프리카나 아마존의 오지에서부터, 물 속 심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일들을 대리체험할 수 있다. 맥루한이 매체가 감각의 확장이라고 했던 것처럼, 우리는 TV를 통해 실제 시각으로는 볼 수 없는 세계의 세세한 순간들을 목도할 수 있고, 인간의 능력으로는 버텨낼 수 없는 심해로 들어갈 수도 있다. 대리체험을 가짜라 치부하는 것은, 영속하는 진짜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플라톤적 사고방식일 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것이 분명 감각적으로 체험되고 있다는 현실이다. 지금은 여행을 낯선 세상과의 만남이라고 할 때, TV가 매개하는 여행 역시 그 여행의 한 부분이 되는 시대다.

'원격현전'이 TV가 가진 가장 놀라운 경이라는 점에서 TV의 공간을 포착하는 대부분의 영상들은 여행과 다르지 않다. '이 곳에 앉아 저 곳을 본다는 것'이 이 여행의 특징이자 가장 큰 매력이다. 따라서 날 것의 여행을 보여주는 것은 TV로서는 일상적인 일이다. 그러니 여행 자체가 쇼의 소재가 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여섯 남자들이 1박2일 간 떠나는 여행을 오락적인 쇼의 형식으로 포착한 '1박2일'은, 여행 그 자체를 대리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여행이 환기하는 어떤 기억을 대리해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것은 바로 생고생의 기억이다.

도시생활에 길들여진 여섯 명의 캐릭터는 바로 우리들의 분신이고, 그들이 저 야생에 나가서 복불복 게임을 하며 노숙을 하는 건 우리들이 잊고 있던 야생의 기억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한 겨울에 텐트에서 잠을 자거나, 계곡의 얼음물 속에 들어가는 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여행을 앞두고 갖게 되는 혹은 자연을 앞에 두고 갖게 되는 그 불안감과 편안함의 양가감정을 담고 있다. 이것은 저 20년 전 갖고 있었으나 이제는 잃어버린, 청춘의 대책 없는 낙관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 힘겨움과 고통스러움이 웃음과 즐거움으로 화하는 것. 그것이 이 쇼가 주말 밤 떠나지 못한 자들을 이끌고 그들과 함께 떠나게 만드는 치명적인 유혹의 실체다.

한편 20년 전과는 달리 현재 나이 먹어버린 우리가 하는 여행이란 고작 자연 속에서도 편안한 도시의 인공 속으로 들어가는 일일 것이다. 산과 바다에 자리한 고급 펜션들과 호텔들은 자연을 찾은 이들이 다시 인공으로 들어감으로 해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는 이율배반적인 여행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산 속에서 길을 잃어 오랜 시간 동안 헤매다 겨우 발견한 대형마트의 불빛에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이 우리네 도시인들의 삶이 아닌가. 그러니 여행의 또 한 가지 측면은 단지 자연과의 일체감이 아니라, 다른 공간에서의 다른 생활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그 생활은 본질적으로는 떠나온 도시와 다를 것이 없지만, 이질적 공간이 주는 변주의 즐거움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골에 사시는 어르신들을 여행 보내드리고, 대신 그 곳에서의 하룻밤을 지내는 컨셉트의 '패밀리가 떴다'는 바로 이러한 여행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쇼다. 그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도착해서 짐을 풀고, 놀다가 밥을 함께 차려먹고, 함께 자고 일어나 다시 밥 차려먹고 놀고 하는 것의 반복이다. 하지만 이 단순함이 주는 판타지는 의외로 크다. 일과 욕망에 점철되어 살아가는 도시생활 속에서의 우리네 삶이 일하고 일하고 일하는 그 연속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밥 한 끼 제대로 가족들과 차려먹는다는 것이 하나의 로망이 되어버린 삶 속에서 이런 여행이 갖는 평범함(삼시 세 끼 먹고 놀다가 푹 자는)은 때론 강력한 유혹으로 다가온다.

'1박2일'이나 '패밀리가 떴다' 같은 프로그램은 그 내용에 있어서 여행의 양상을 보여주는 접근방식이 다르지만, 그 형식과 외형은 동일하다. 그것은 모두 TV라는 매체를 통해 보여주는 리얼 버라이어티쇼라는 형식을 갖고 있다. 따라서 아무리 '1박2일'이 야생을 외친다고 해도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이 야생의 여행 체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 자체로 인공적인 대리 체험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야생으로 떠나자"고 프로그램은 소리치고 있지만, 바로 그 소리침으로 인해 우리는 TV 앞에 앉아있다는 것. 우리에게 어쩌면 여행이란 이제 이런 것으로 변해 있는 지도 모른다. 가끔씩 오지에 떨어졌을 때, 우리는 그 곳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TV의 채널을 만지작거리며 안도감을 갖곤 한다. 이곳도 내가 떠나온 곳과 다르지 않다는 안도감. 매개된 체험이 일상이 되어버린 사회 속에서 우리의 감각은 어쩌면 이미 이렇게 변해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 칼럼은 Yes24의 문화웹진 나비(nabeeya.yes24.com)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관련 글 : '마더', 우리에게 엄마란 어떤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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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의 기억력 퀴즈, '남자의 자격'의 눈물

버라이어티쇼의 리얼리티에 대한 추구는 어디까지일까. 연기가 아닌 실제상황을 연출해내기 위한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실험은 땀과 눈물에 이어 심지어 기억에 이르기까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남자와 눈물'이라는 미션으로 진행된 '남자의 자격'은 웃음을 주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는 이색적으로 남자들이 눈물을 흘리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남자가 눈물을 흘린다'는 이 기막힌 설정은 그러나 '울고 있어도 웃음이 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무한도전 - 궁밀리어네어'편은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패러디해 퀴즈쇼를 표방했지만 그 핵심은 '인간의 기억력'이란 새로운 영역을 리얼 버라이어티쇼로 끌어들인 것이었다. 일주일 전 서울의 고궁에서 미리 퀴즈형식으로 곳곳을 경험하게 한 후, 퀴즈쇼를 통해 그 기억을 더듬어가는 과정은 리얼리티의 또 한 측면을 끄집어내게 해주었다. 이것은 '무한도전'이 '정신감정'을 통해 여섯 남자들의 뇌구조를 그려냈던 그 리얼리티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리얼리티를 확보하기 위해 가장 먼저 사용한 것은 '땀'. '무한도전'의 초기버전인 '무모한 도전', '무리한 도전'에서는 이 연기될 수 없는 땀을 연출해내기 위해 포크 레인과 인간의 삽질이 대결하는 등의 상황을 설정했고, 이것은 현재까지도 지속되는 리얼리티의 기본 소재가 되고 있다. 끝없이 달리고 생고생을 하며 땀을 흘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 쇼의 리얼함을 드러내준다.

배고픔의 고통 혹은 음식 앞에서의 식욕 역시 리얼리티의 한 요소로 자리했다. '1박2일'이 매회 보여주는 복불복 게임의 진수는 어쩌면 굶주림과 식욕이라는 숨길 수 없는 본능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패밀리가 떴다'의 음식 재료 구하기와 밥 해먹기가 프로그램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다.

여기에 동시적으로 엮이는 게임은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리얼 버라이어티의 또 한 축을 이룬다. 게임은 운동에서부터 단순한 복불복 게임, 심리를 알아보는 게임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한 순간의 선택으로 미래가 바뀌는 행운을 점치는 게임까지 발전했다. '무한도전'이 'Yes or No 인생극장'에서 시도한 게임은 한 번의 선택으로 자장면을 먹기 위해 마라도까지 가야하는 상황을 연출해 보여주었다.

한편으로 '눈물'은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종종 감동적으로 만드는 리얼리티 요소로 자리해왔다. '무한도전'이 '댄스스포츠 편'에서 마지막 아쉬움에 흘린 눈물이나, '봅슬레이 편'에서 팀원들이 고생 끝에 결국 흘린 눈물, 또 '1박2일'이 오지 산골 어르신들과의 하룻밤을 통해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흘린 눈물은 진정성을 드러내주는 리얼리티였다. 그런 면에서 '남자의 자격'이 이끌어낸 눈물을 통한 웃음과 감동은 진정성을 담보한 실험성이 돋보인 코너로 평가받을 만하다.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리얼리티 추구를 위한 도전은 끝이 없다. 그것은 이미 육체적인 본능을 담아냈고, 숨길 수 없는 감정을 쇼로 끌어들였다. 우리는 이 독특한 쇼 속에서 어쩌면 인간의 진면목을 이끌어내는 일련의 실험을 보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거부할 수 없는 재미 속에서 한편으로 우려되는 것은 자칫 이 끝없는 '리얼'에 대한 집착이 버라이어티쇼의 기본이랄 수 있는 다양성을 제한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기우에 불과한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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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버라이어티라는 단어 앞에는 '리얼'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무한도전'에서 표방한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용어는 마치 하나의 장르가 된 것처럼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이 용어에서 방점이 찍히는 것은 버라이어티가 아니라 '리얼'이다. 따라서 이 '리얼'이란 수식어는 거의 모든 예능 프로그램의 강박으로 자리했다. 토크쇼 앞에도 '리얼'이 붙었고, 하다못해 인터뷰 하나를 하더라도 강박적으로 우리는 '리얼'이라는 단어를 앞에 붙이게 되었다.

이렇게 된 것은 그간 해왔던 쇼(이 쇼에는 뉴스마저도 포함된다)의 인위적인 부분들에 대한 대중들의 외면 때문이다. 그 인위적인 부분에 출연자들의 홍보성 논란이 덧붙여지면 대중들은 심지어 불쾌함을 느끼기까지 한다. 저네들의 홍보를 봐야만 하는 상황은, '공짜로 보는 TV'라는 착각에 금을 긋는다. "당신은 어떤 식으로든 TV에 비용을 치르고 있다"는 인식. 쇼들이 전면적으로 리얼을 수식어로 붙인 것에는 이 손상된 대중들과의 신뢰감(?)을 어떻게든 연결해보려는 안간힘일 수 있다.

이렇게 되다보니 현재 쇼는 리얼 아닌 것이 없게 되었다. 버라이어티는 무조건 리얼이고, 토크쇼 역시 리얼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그 과정에서 무리수도 등장한다. 막말과 비방은 이제는 토크쇼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정도가 되었고, 버라이어티쇼는 가장 솔직할 수밖에 없는 몸개그를 중심에 세우게 되었다. 여기저기서 리얼리얼 하다보니 소재도 자꾸만 겹쳐지게 된다. 리얼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는 게임, 여행, 먹거리 같은 것들은 이제 거의 대부분의 버라이어티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지는 소재가 되었다.

사실 이렇게 리얼을 강조하는 버라이어티쇼나 토크쇼는 지금 시대의 정서와 조우하는 부분이 있고, 실제로도 상당히 재미있다. 리얼리티쇼가 현 TV의 한 추세로 나타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지나친 리얼에 대한 강박이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현장에서 PD들을 만나다 보면 리얼에 대한 강박의 강도를 쉽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네들이 고민하는 것은 그것이 리얼이냐 아니냐의 문제라기보다는 그것이 재미있냐 없냐는 문제에 더 가깝다. 즉 그것이 리얼이 아니고 상황극이나 판타지라고 하더라도 재미있는 부분이라면 당연히 수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무한도전'의 김태호PD가 10asia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밝힌 바이다. 그 인터뷰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오히려 김태호PD는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수식어가 가진 속박에서 벗어나 외연을 넓혀가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벌써 수년 간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틀 안에서 살아오며 무수한 도전을 해온 그로서는 이제 틀 밖의 것으로 조금씩 영역을 확장하고픈 욕구는 자연스러운 것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리얼 버라이어티를 만드는 이들이 현재 체감하는 공통된 욕망으로도 볼 수 있다. 리얼리티는 이제 내세울 어떤 것이 아니라 그저 기본이 되는 어떤 것이 된 지 오래며, 따라서 자신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부분에 오히려 치중해야 변별력이 생긴다. '1박2일'은 초창기 '리얼 야생 생고생 버라이어티'라는 식으로 수많은 수식어를 붙였던 적이 있다. 아마도 당시에는 그저 '여행 버라이어티'라고 하는 것이 어딘지 자신만의 개성을 말해주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누가 뭐래도 '1박2일'은 여행 버라이어티의 대명사가 되었다. 굳이 앞에 많은 수식어를 붙일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버라이어티에 리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은 버라이어티라면 무조건 리얼만 있는 것처럼 보이고, 또 그래야 하는 강박마저 있다. 버라이어티란 말 그대로 다양한 재미를 추구하는 쇼 프로그램 형식이다. 물론 리얼이라는 수식어가 작금의 버라이어티를 더욱 실감나게 해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리얼이 보편화되어버린 상황에서 이 수식어는 오히려 버라이어티의 다양성을 묶는 족쇄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은 다양성이 권리로서 인정되는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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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아이템보다는 캐릭터의 호감도가 더 큰 문제

지금 '일밤'이 처한 위기 상황은 한때 SBS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처했던 그것과 유사하다. '새로운 코너를 계속해서 시도해보고, 형식을 바꿔보기도 하지만 상황은 좀체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백약이 무효'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그런데 '일요일 일요일 밤에'라는 장수 버라이어티쇼가 왜 갑자기 이런 문제에 봉착한 걸까.

우선 지적되어야 할 것은 '일밤'을 대표할만한 MC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현재 '일밤'에는 신동엽, 김용만, 탁재훈, 김구라, 신정환, 이혁재가 '퀴즈 프린스'에 투입되었고, 소녀시대의 '공포영화제작소'에는 소녀시대, 유세윤, 조혜련, 김신영이, 또 '우리 결혼했어요'에는 황정음과 김용준 커플을 중심으로 신영일, 오영실, 김태현, 유채영이 포진해 있다.

'공포영화제작소'는 애초부터 소녀시대라는 아이콘을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MC는 그다지 중요한 위치가 아니다. 이것은 '우리 결혼했어요'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퀴즈 프린스' 같은 코너는 말 그대로 MC들이 나서줘야 되는 코너다. 이 코너의 MC들은 물론 한 때를 풍미했던 인물들이 분명하지만, 현재로서는 그 스타성이 예전 같지 못하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경규가 KBS '남자의 자격'으로 들어가면서 '일밤'은 대표 MC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된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착각하는 것이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이 어떤 성공을 가져와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가 된 작금에는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그 속에서 리얼한 반응을 보여주고 이끌어내는 대표 MC가 없으면 성공은 요원해진다.

여기서 대표 MC의 중요성은 그 능력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건 매력도다. 신동엽이나 김용만, 이혁재, 신정환, 김구라 같은 MC들이 가진 능력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것이다. 능력으로만 따진다면야 '패밀리가 떴다'의 이천희나 박예진 같은 출연자는 이들을 따라갈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호감도로 보면 상황은 정반대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시청자들은 특별한 형식보다 거기 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는가를 먼저 살핀다.

'일밤'의 위기를 가져온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이 호감가는 인물들을 찾아내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공포영화제작소'의 소녀시대는 어떨까. 이것은 거꾸로 코너 자체가 소녀시대의 이미지를 깎아내는 경향이 강하다고 여겨진다. 여전히 시청자들은 소녀시대를 보기 위해 이 코너에 눈길을 주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소녀시대 때문이지 이 코너가 재미있어서가 아니다. 그런데 이 코너의 형식은 소녀시대의 이미지를 깨는 데서 나온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대표 MC의 부재를 출연자들의 호감으로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프로그램이었다. 알렉스-신애, 서인영-크라운제이가 있던 초창기 커플들에서부터 최근 강인-이윤지, 태연-정형돈에 이르기까지 풋풋한 캐릭터들의 가상결혼이 주는 설정의 판타지는 그 자체로 강한 호감을 이끌어내 주었다. 하지만 판타지가 주는 한계는 곧 드러났고 그것을 넘어서기 위해 꺼낸 카드가 황정음-김용준이라는 실제 커플이었다.

아마도 판타지의 한계를 뛰어넘고 리얼이 주는 화제성과 자극적인 부분들을 이끌어내기 위함이었을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것 역시 적절한 선택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가상결혼의 커플이 리얼이냐 판타지냐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이것도 결국은 호감도의 문제로 귀결된다. 황정음과 김용준이 실제 커플인 것은 맞지만 과거 네 커플이 해나가던 다채로운 결혼의 판타지 이야기를 대신할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인지는 의문이다.

차라리 판타지라면 적절한 캐릭터 설정이라도 하겠지만 리얼을 강조하다 보니 이제는 약간의 설정조차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를 위험에 처해버렸다. 반면 '패밀리가 떴다'를 보면 오히려 해답은 보인다. 대본 공개와 함께 리얼 논란이 나왔지만 '패밀리가 떴다'는 여전히 건재하다. 이유는 리얼이냐 판타지냐에 상관없이 캐릭터들이 여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매너리즘의 문제가 불거져 나오자 '패밀리가 떴다' 역시 약간의 변화를 모색했지만, 그래도 그 형태 자체를 깨지는 않았다.

'패밀리가 떴다'는 정체된 캐릭터를 매력적인 게스트의 힘으로 끌고 나갔다. 여러 사정으로 박예진과 이천희가 나가고(여기에는 물론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박해진, 박시연이 그 자리에 대신 들어오게 되었지만 이 프로그램은 특유의 판타지적 설정이 기본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충분히 새 멤버들 속에서도 어떤 매력을 끄집어낼 공산이 크다. 그만큼 형식 자체가 인물들의 호감을 끌어내기 좋은 구조로 되어 있는 게 이 프로그램의 최대 장점이다.

작금의 '일밤'이 처한 위기에는 물론 시의적절한 아이템이나 기획을 하지 못한 문제가 크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라도 그걸 살리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면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캐릭터의 부재 혹은 캐릭터들의 떨어진 호감도가 더 큰 문제로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일밤'의 꼬여버린 위기 상황은 바로 이 캐릭터의 문제에서부터 풀어나가야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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