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에는 높은 인기만큼 위기설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주말 버라이어티의 최강자로 군림해왔던 '1박2일'도 예외는 아니다. 본래 취지는 사라지고 복불복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조금씩 고개를 들면서 위기설은 솔솔 피어났다. 프로그램에 어떤 멋과 다큐적인 베이스를 깔아줬던 김C의 하차와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투입된 김종민의 부진, 이수근의 빵빵 터지는 상황극에 대한 지나친 몰입이 가져오는 '1박2일' 특유의 자연스러운 웃음의 실종, 제기된 병역기피 혐의로 잔뜩 위축된 MC몽... 이즈음에 터진 이수근이 차 밑으로 들어가 라면을 먹는 장면이 제기한 안전불감증 논란 같은 것들은 '1박2일'의 위기를 실제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위기는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이 그 위치를 고수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런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1박2일'이 꺼내든 방식은 문제를 덮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 드러내는 것이었다. 모든 걸 인정하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지리산 둘레길을 가다' 편에서 강호동은 오프닝에서 이례적으로 '1박2일'의 이 위기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승기는 모든 영혼이 드라마에 가있고, 은지원은 신혼의 단꿈에 빠져 있으며, MC몽은 차마 방송에서 얘기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고, 김종민은 묵언수행중이라는 이야기. 그러니 말을 할 때마다 빵빵 터뜨려야 한다는 이수근 역시 위기상황일 수밖에 없다는 것.
'1박2일'의 자기반성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해외연수 프로그램으로 영국에 간 이명한 PD를 대신해 들어온 이동희 PD는 그 첫 마디에서 "많이 고여 있고 젖어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그리고 "많은 개혁'이 있을 거라고 예고했다. 지금껏 제기된 수많은 위기설들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이 같은 자세는 '1박2일'이 그토록 많은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는지 잘 보여주는 것이다. '1박2일'은 지금껏 그것이 설사 오해에서 비롯된 억울한 논란이라고 하더라도 부정한다거나 외면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그것을 시청자들의 관심의 하나로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왔던 것. 이 소통의 노력은 '1박2일'이 가진 가장 큰 힘이 아닐 수 없다.
'1박2일'이 '지리산 둘레길' 특집을 통해 보여준 것은 본래 '1박2일'이 가졌던 초심의 복원이다. 다섯 개의 코스로 나뉘어 그 아름다운 풍광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담아내는 이른바 '다큐' 형식의 차용은 '1박2일' 본연의 여행 버라이어티를 다시 살려냈다. '1박2일'이 처한 가장 큰 위기는 바로 본래 취지인 '여행'에 집중하지 못하고 부수적인 자극들, 예를 들면 복불복 같은 게임에 자꾸 몰입하는 것이었다. 초창기 '1박2일'이 보여준 여행은 대중들에게는 하나의 판타지처럼 다가왔다. '저렇게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하룻밤의 여행을 훌쩍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감성이 거기에는 담겨져 있었다.
물론 복불복 같은 게임은 프로그램의 감초로서 없으면 안되는 자극이지만, 거기에 몰입하다보면 더 큰 것을 잃게 되기 십상이다. 둘레길을 걸으며 온몸으로 자연을 느끼는 그 체험의 신산함, 헬기에서 찍어 보여주는 스펙터클한 영상에서부터, 스틸 사진으로 잡혀지는 순간의 아름다운 풍광, 게다가 오랜만에 듣게된 김C의 정감어린 내레이션까지. 각각 나뉘어진 컨셉트는 복불복을 지우고 대신 각자 지금껏 '1박2일'을 해왔던 자신들을 회고하고 반추하는 시간을 줌으로써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는 계기가 되게 해주었다.
이것은 제기된 문제들을 소통의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1박2일' 특유의 노력으로 가능한 것이다. 크고 작은 사건들이 주는 위기감은 분명하지만, '1박2일'을 진짜 위기에 몰아넣는 것은 본래 취지인 '여행'이라는 아이템을 잃는 것이라고 볼 때, 그 해법은 너무나 간단하지만 역시 '여행'을 복원시키는 것일 것이다. '1박2일'을 보면서 다시 그 여행이 주는 설렘과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위기는 더 이상 위기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지금 '1박2일'은 다시 그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만일 시청률을 위한 것이라면 '무한도전' 레슬링 특집은 무모한 도전임이 분명하다. 들인 시간과 노력이 너무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청률만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예전 가끔 예능 프로그램에서 했던 것처럼 레슬링 협회 같은 곳을 찾아가 적당한 시범과 몸 개그로 웃음을 뽑아내는 편이 낫다. 진짜 프로가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레슬링경기답게 해보겠다며 장장 1년 동안 기술을 배우며 링 바닥에 몸을 수십 번씩 내던지는 그런 행위가 어찌 시청률 하나만을 위한 것일까. 그렇다면 그건 너무나 무모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대충 레슬링을 한답시고 흉내만 내면서 몸 개그를 시도한다면 그게 '무한도전'일까. 초창기 진짜로 '대한민국 평균 이하'였던 '무한도전'은 그랬을지 모르지만 이미 세월을 겪으면서 캐릭터의 성장과 함께 실제 출연자들도 성장을 거듭했던 '무한도전'에서 이런 '대충대충'은 허용되지 않는다. '무한도전'은 이미 댄스스포츠 대회에도 나간 적이 있고 에어로빅 대회에도 출전한 적이 있으며 심지어 그 살벌한 봅슬레이 위에도 오른 바 있다. '무한도전'은 이제 예능이 다루지 않았던 영역 바깥으로 나가, 예능이 다루던 방식 그 이상을 도전하는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무한도전'의 레슬링은 기대치에 걸맞게 달라야 한다.
'무한도전' 레슬링 특집 편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은 그것이 예능 그 이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면서 동시에 그 도전 자체가 다른 것에 비해 훨씬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물론 어느 정도는 합을 맞춰서 하는 것이지만 맨몸으로 부딪치는 레슬링은, '무한도전' 멤버들이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달리 엄청난 고통을 통해 알게 된 것처럼 힘겨운 스포츠다. 하지만 힘겨워도 고통을 감내하며 링 위에 오르는 그들의 도전이 보여준 것은 다름 아닌 레슬링이라는 스포츠의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이 '무한도전'이 몸으로 보여준 모습들은, 한때 그저 쇼일 뿐이라는 오해의 시선 때문에 이미지가 추락한 프로레슬링에 충분히 긍정적인 시선을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무한도전' 레슬링 특집에 제기된 레슬링 협회와의 마찰이 생겨난 것은 오히려 '무한도전'이 여타의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이게 예능 맞아하고 물을 정도로) 지나치게 진지했다는 반증이다. 만일 그저 몸 개그를 끄집어내기 위한 제스처였다면, '무한도전'의 동호회 성격의 레슬링에 대해 프로 협회가 문제제기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무한도전'의 멤버들의 실제를 방불케 하는 연습은 프로 경기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아마추어고, 레슬링이라는 경기 자체에 대한 찬사를 1년 동안 온 몸을 던지며 보여주려 했을 뿐이다. 여기에 대한 레슬링계의 비판은 가혹하다. '무한도전'은 예능 프로그램이지 다큐가 아니다. 레슬링을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목적은 좀 더 대중들에게 레슬링을 알려주기 위한 것일 뿐이지 레슬링 자체가 될 수는 없다.
"예능이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비판에는 예능에 대한 선입견이 들어가 있다. 예능은 그저 재미있는 말을 건네고 우스꽝스런 몸짓으로 웃음을 만드는 그저 그런 어떤 것이라는 생각. 하지만 이미 예능의 외연이 다큐와 드라마의 영역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그 속에 온몸을 던져 웃음을 만들어내는 예능의 몸이, 링이라는 경기장 위에서 몸뚱어리 하나를 던져 보는 이들의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레슬링의 몸과 뭐가 다를까. 고통의 강도는 다를 지 몰라도, 그 몸이 해야 하는 일과 해내는 일의 강도는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저 늘 예능이 해왔던 웃음의 코드 속에서 익숙한 웃음을 반복하려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지만, 적어도 '무한도전'은 그런 프로그램이 아니다.
'예능이 아니라 다큐'라는 말은 역시 '무한도전'이 그만큼 예능에만 머물지 않고 그 한계 바깥으로 나가는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물론 부상 투혼까지 발휘하는 출연진들에게 좀 더 안전하게 도전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하지만 그저 평범한 사내들에게 겨우 1년이라는 시간을 주고(1년도 작을 것이다) 완전히 프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레슬링다운 경기를 선보이겠다는 도전을 한 것 자체가 어떤 어려움을 내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일 지도 모른다.
그래서 몇몇은 진짜 선수 못지않은 실력을 선보이지만 몇몇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고, 바로 그것이 '무한도전' 레슬링 경기가 말해주는 진정성이다. '무한도전'의 레슬링 경기를 보기 위해 장충체육관에 운집한 관객들이 보고자하는 것은 레슬링 경기 그 자체가 아니다. 그간 '무한도전'이 해온 과정들을 확인하고자 함이다. 그 확인 과정을 통해 레슬링은 관객은 물론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새로운 영역을 향해 늘 새롭게 도전해가는 '무한도전'을 그저 시청률이라는 숫자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도대체 온 몸이 부서질 듯한 고통을 감내하며 1년 동안 지옥 같은 링 위에서의 연습을 어떻게 숫자 하나로 평가할 수 있을까. 그 몸의 고통스러움이 주는 지독한 진정성을 느끼면서, 바로 그것 때문에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웃음이 상대적으로 줄었다고 안타까워한다면 그것은 작금의 달라진 예능을 한 가지 면으로만 바라보는데서 나온 오해일 것이다.
이제 예능은 웃음은 물론이고 리얼함이 주는 진정성을 통한 감동까지 다양한 스토리텔링으로 다양한 재미를 추구하게 되었다. 예능의 외연이 이만큼 넓어진 데는 예능이 오로지 웃음에만 집착하지 않고 형식실험을 통해 다양한 차원의 재미들을 끌어안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무한도전'의 일련의 도전들은 예능 전체가 그 수혜자가 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성공이든 실패든 도전해온 것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알게 되었다. '어 이런 것도 예능이 되네?', 하고 말이다.
모든 도전이라는 것이 그렇듯이 결과보다 중요한 건 과정이다. 그리고 '무한도전'은 특히 이 도전의 과정이 갖는 가치를 그 어떤 것보다 더 집중하는 프로그램이다. 어떤 도전 목표를 두고 그 목표를 향해 어떻게 걸어갔느냐가 중요하다. 실패? 적어도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실패란 그래서 없다. 도전 자체가 의미있는 것이라면 실패한 과정 자체 역시 성공이기 때문이다. '무한도전' 레슬링 특집이라는 도전은 그래서 실패가 아니다. 조금 떨어진 시청률로도, 또 예능 영역 바깥으로 나옴으로써 조금 줄어든 웃음으로도 '무한도전'이 1년 간 온 몸을 링 위에 던진 그 도전 자체가 주는 가치를 상쇄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얼마전 47초만에 전좌석 매진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무한도전에 대한 국민의 애정과 관심을 다시 한번 입증해 보였습니다. 처음 WM7이 시작할 때 조금은 무모한 도전처럼 보였지만 멤버들이 재치있게 훈련을 잘 견뎌내는 모습을 보여주며 무한도전만의 재미와 매력을 한껏 보여주었습니다. 매주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들을 보여주며 1년여 동안 고생한 흔적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몸이 안 따라주는지 공포심에 그런지 전혀 나아지지 않는 모습들을 보여주어..
'뜨거운 형제들'은 젊은 층에게는 말 그대로 뜨거운 아이템이다. 아바타라든가 가상극 같은 콘셉트가 젊은 층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는데다가, 웃음의 측면에서 이 프로그램은 다른 어떤 것들보다 강한 게 사실이다.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진짜 속내인지 아니면 그것조차 연기인지 알 수 없게 펼쳐지는 돌발 상황은 '리얼'을 강조하는 현 예능에도 잘 맞아 떨어진다. 리얼을 확보하기 위해 야외로만 나가는 현 예능의 트렌드를 거꾸로 뒤집어 스튜디오에서 상황극을 통해 리얼한 웃음을 만든 것도 주효했다. '뜨거운 형제들'이 뜨거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뜨거운 형제들'의 뜨거움이 주로 젊은 층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은 주말 예능으로서의 한계로 지목된다. 즉 온 가족이 모여 보게 마련인 주말예능에서 선전하기 위해서는 좀 더 보편적인 시청층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하면 중장년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 '뜨거운 형제들'의 성패가 놓여있다는 얘기다. 또한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연출된 '아바타 소개팅'이 이제는 식상해졌다는 이야기도 '뜨거운 형제들'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된다.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상황극은 콘셉트 자체는 재미있지만 '뜨거운 형제들'의 '한방'으로는 어딘지 부족한 점이 있다. 무엇보다 이 상황극은, 물론 열혈 시청자들에게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인식되겠지만, 보통의 시청자들에게는 과거 콩트 코미디로 오인될 소지가 높다.
'뜨거운 형제들'이 새로운 콘셉트로 내세운 '아바타 주식회사'는 게스트를 초청해 조종사 혹은 아바타가 될 기회를 줘 그들이 평소에 할 수 없었던 꿈을 대리체험 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뜨거운 형제들'의 이런 변화는 뜨거움 속에도 존재하는 한계를 스스로 인식했다는 반증이다. 이로서 '뜨거운 형제들'은 새로운 가능성들을 장착하게 되었다. 먼저 '아바타 주식회사'가 중심 콘셉트로 자리잡음으로써 상황극은 따로 연출될 필요가 없어졌다. 이 코너 속에 상황극은 자연스럽게 스며들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뜨거운 형제들'을 뜨겁게 달궈놓은 아이템인 '아바타 소개팅'이 '아바타 주식회사'라는 형태로 확장되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사실 '아바타'라는 콘셉트는 프로그램의 시스템이지 내용이 아니다. 따라서 '아바타 주식회사'는 아바타 시스템을 근간으로 남겨놓은 채, 소개팅이라는 내용에만 국한되어 있던 콘셉트를 다양한 차원들로 넓혀놓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주식회사를 찾는 사람들의 다양한 욕구들이 아바타 시스템을 통해 해결된다는 점은, 지금껏 형제들끼리만 즐기던 차원에서 이제 타인들도 이 즐거움에 동참시키는 차원으로 이 프로그램이 전환되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즐거움에 동승할 타인들로 이제 '뜨거운 형제들'이 주목하는 것은 중장년층이다. 재미는 있지만 어딘지 낯설게 느껴지는 아바타라는 시스템을, 우리가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욕망이나 꿈을 해결해주는 과정을 통해 보여줌으로서 보다 쉽게 이해시키려는 의도다. 그래서 송대관이나 태진아가 아바타로 등장하는 것은 '뜨거운 형제들'로서는 큰 의미가 있다. 중장년층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겠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세대가 공감하는 툴로서의 아바타 시스템을 실연해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만일 이게 효력을 발휘한다면 '뜨거운 형제들'의 뜨거움은 좀 더 넓은 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피투게더'의 고정MC 네 사람은 지금 예능 세상에서는 아마도 가장 핫한 인물들일 것이다. '무한도전'과 '놀러와', 그리고 새로 시작한 '런닝맨'까지 합쳐 무려 일주일에 네 편의 예능 프로그램을 자기 식으로 소화해내고 있는 유재석은 물론이고, '무한도전'과 최근에 주목받는 '뜨거운 형제들'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박명수, '해피투게더'를 통해 아줌마 파워를 보여주고는 '세바퀴' 같은 주말 예능의 강자를 이끌고 있는 박미선, 그리고 여성 개그맨으로서 '패밀리가 떴다2'에 이어 '영웅호걸'에도 출연하고 있는 신봉선까지 '해피투게더'는 실로 쟁쟁한 MC들의 경연장이라 할만하다.
하지만 정작 이 당당하고 화려해보이기까지 하는 MC들이 '해피투게더'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지극히 소박하고 심지어 지질해 보이기까지 하다. '무한도전'이나 '뜨거운 형제들'에서 때로는 독하게까지 느껴질 정도로 버럭 대고 상대방을 몰아세우던 박명수는 '해피투게더'에 앉기만 하면 심하게 위축된 중년 남자로 돌아간다. 다닥다닥 붙어 앉을 수밖에 없는 자세지만 그래도 심하게 쪼그리고 앉은 그는 유재석이 만들어놓은 멍석 위에서 바보처럼 웃거나 스스로를 아낌없이 망가뜨림으로써 찾아온 게스트들을 편안하게 만들어놓는 역할을 한다.
집단토크쇼 '세바퀴'에서 그 집단적인 게스트들을 좌지우지하며 때론 아줌마 특유의 뻔뻔함으로 톡톡 쏘기도 하고, 때론 뻣뻣한 몸으로 춤을 추는 등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몸 개그를 선보이는 박미선도 마찬가지. 그녀는 '해피투게더'에 앉으면 얘기 들어주는 푸근한 아줌마로 변신한다. 때론 엉뚱한 소리를 함으로써 면박을 받기도 하는 그녀 역시 이 프로그램에서는 모든 촉수를 게스트의 일거수일투족에 맞추고 있다. 이것은 가수들이 나오면 여지없이 망가지는 춤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젊은 세대 특유의 발랄함과 나이 든 세대까지 끌어안는 특유의 입담을 가진 신봉선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녀 역시 '해피투게더'에서는 '영웅호걸' 같은 조금은 독하달 수 있는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편안함을 선사한다.
이것은 이미 한없이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의 캐릭터를 순발력 있게 콕콕 찍어내는 것으로 그것이 캐릭터로 굳어져 있는 유재석도 예외는 아니다.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지만, 그 특유의 편안함은 '무한도전'이나 '런닝맨' 같은 때론 절박해보이기까지 하는 상황보다는 '해피투게더'에서 더 잘 드러나는 편이다. 유재석의 진두지휘 아래 네 명의 MC들이 만들어내는 조합은 그래서 게스트들에게 유독 친절한 '해피투게더'만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세대와 성별이 아무리 달라도 이 속에 들어오면 누구나 무장해제 되고 마는 그 분위기.
독한 예능들이 경쟁적으로 등장하는 상황에서 그 예능을 이끌어가는 MC들 역시 독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해피투게더'라는 마치 친정 같은 편안함을 연출하는 프로그램 속으로 들어온 이 네 명의 MC들의 모습이 이들의 진면목이라 느껴지는 것은 말이다. 경쟁 사회 속에 내던져진 자극의 피곤함에서 벗어나자 오히려 더 드러나는 진가처럼. 이것은 지금 목요일 밤 예능의 선두주자로서 17%에 가까운 시청률을 내고 있는 '해피투게더'가 가진 독특한 아우라라 할 수 있다. 이런 아우라 속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MC들의 진심이 시청자들의 마음에 닿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유재석 토크쇼의 저력은 어디까지일까. 혹자들은 강한 토크만이 살아남을 것 같은 작금의 자극적인 토크 예능의 봇물 속에서 이 유하디 유해 보이는 토크쇼는 금세 묻혀버릴 것이라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웬걸? 2004년도에 시작된 '놀러와'는 어언 300회를 맞이했고, 2003년 말부터 신동엽의 바톤을 이어받은 유재석의 '해피투게더'는 지금껏 시즌을 거듭하면서도 여전히 목요일 밤의 최강 예능으로 자리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이 토크쇼들을 그토록 오랜 시간동안 대표 예능의 자리에 있게 했을까.
무엇보다 먼저 지목돼야 할 존재는 유재석이다. 이 두 프로그램은 어찌 보면 유재석이라는 탁월한 MC의 진행 스타일을 모태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토크쇼들은 모두 게스트들을 초대해 그들로부터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 이야기를 끌어내는 방식이 유재석의 방식이다. 유재석은 억지로 이야기를 끌어내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게 만들고, 그렇게 나온 이야기들에 순발력 있는 토씨를 달음으로써 웃음을 이끌어낸다. 때론 게스트에 어떤 캐릭터를 부여하기도 하고, 특정한 특징을 포착해 증폭시키기 때문에 게스트들은 유재석과의 대화를 통해서 의외의 결과를 얻어가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박미선이다. 박미선은 한동안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하지 않았지만 '해피투게더'에 출연해 때론 후배들 앞에서 굴욕을 당하고, 때론 아줌마로서의 진솔한 매력을 선보이게 됨으로써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되었다. '해피투게더'의 고정이면서 '세바퀴'를 이끌어가는 메인 MC로 자리한 것은 분명 유재석 식의 토크쇼로서 '해피투게더'가 부여한 캐릭터가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분명하다. 한편 '놀러와'에 고정으로 자리한 이른바 '골방 브라더스' 이하늘과 길 역시 유재석의 리드가 확고한 캐릭터 구축에 영향을 준 경우다. 이밖에도 유재석은 '놀러와'에 출연한 타이거JK 같은 강한 인상의 캐릭터에도 부드러운 이미지를 부여해 좀 더 대중적인 위치를 갖게 해주기도 했다.
물론 이것은 유재석 혼자 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유재석이 갖고 있는 이런 토크 방식을 적극적으로 프로그램 형식으로 끌어들이면서 이런 일들이 가능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놀러와'와 '해피투게더'는 물론 그 안에 각기 다른 코너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전체적인 분위기는 유사한 점이 많다. 게스트의 카테고리화는 물론이고, 목욕탕이나 골방 같은 좀더 게스트들을 편안하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속내를 끌어내는 공간의 활용, 각각의 캐릭터를 가진 고정 MC들이 저마다 자신을 한껏 낮춰 게스트들을 돋보이게 하는 자세 등등. 이렇게 두 토크쇼가 유사한 분위기를 내는 것은 그 중심에 유재석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특유의 편안함은 게스트의 폭을 넓히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 300회 특집으로 MC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송해, 이상용, 이상벽이 출연한 것은 단적인 예. 이들은 누구나 편안해지는 이 멍석 위에서 젊은 게스트 못지않은 입담으로 남다른 재미를 주면서도, 또한 삶이 묻어나는 멘트로 전설다운 의미도 전해주었다. 송해 같은 원로 코미디언이 젊은 MC들과 더불어 노래를 부르고, 뽀빠이 이상용이 특유의 근성이 묻어나는 이야기로 진한 페이소스를 느끼게 하며, 이상벽이 성대모사를 자연스럽게 해내며 부드럽게 분위기를 이어나가는 그 장면들은 '놀러와'라는 유재석 방식의 토크쇼가 가진 저력을 잘 보여준다.
지금은 바야흐로 강한 토크쇼의 시대다. 하지만 강한 토크쇼의 자극이 늘 강한 것은 아니다. 자극으로 유지되는 토크쇼는 결국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한다. 이것은 단지 해당 토크쇼는 물론이고 전체 토크쇼에 영향을 미친다. 선정성에 연일 시달리는 작금의 토크쇼들 속에서 '놀러와'나 '해피투게더' 같은 '착한 토크쇼'가 오히려 더 대중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아마도 자극에 지친 시청자들의 욕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유재석이라는 MC의 존재감은 그래서 더더욱 빛난다.
'남자의 자격'에서 나이 50줄에 들어선 이경규는 앞치마를 한 채 소속사 사장을 위한 한 끼 식사를 차린다. 안 되는 솜씨로 계란말이를 하고 콩나물국을 끓이며 어묵반찬을 만들면서 어색하게 웃는다. 그걸 찍는 젊은 VJ는 이경규를 '오빠'라고 부르며 심지어 "귀엽다"고 말한다. 이 프로그램의 최고령자인 이경규를 잡는 카메라가 이러니 다른 멤버들은 오죽할까. 김태원은 딸을 위해 생전 처음 탕수육이란 요리를 해보고, 가스불 켜는 것도 버거워 하는 이윤석은 절친 서경석을 위해 말도 안 되는 육개장을 만든다.
이 '나이 들었다'는 사실이 가져오는 일종의 장애(?)는 '남자의 자격'이 주는 재미의 가장 중요한 콘셉트다. 사실 이들이 뭘 해도 재미있는 이유는 그들이 나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질 체력과 깜박깜박하는 기억력에 뭘 해도 모양 빠지는 행동들은 그 기본 바탕이다. 이 남자들이 남자라는 이유로 피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일들을 하거나 혹은 시도하지 못했던 일들, 꿈으로만 갖고 있던 일들을 해나가는 것에는 성별과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의 즐거움이 존재한다. 이 아저씨들은 진지하게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던 부엌에서 누군가를 위한 요리를 해보고, 한 편으로는 젊은이들만의 문화처럼 보였던 것들, 예를 들면 패러글라이딩이라든가, 팬덤 문화 같은 것들을 체험한다.
중요한 건 바로 이 나이 든 아저씨들이 여성들이 하는 일이나 젊은이들이 하는 도전을 한다는 콘셉트가 가진 폭넓은 타케팅이다. 젊은 세대들은 이 나이 든 아저씨들이 하는 엉뚱한 짓에 빵 터지고, 나이든 세대들은 말 그대로 이 아저씨들에 감정이입 돼서 그들의 도전을 대리체험한다. 여성들은 아저씨들의 어이없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부엌일들을 보면서 한없이 유쾌해진다. 프로그램이 세대와 성별 간의 어떤 교집합을 만들어주는 것. 바로 이 점은 '남자의 자격'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이것은 '해피선데이'의 또 다른 날개인 '1박2일'도 마찬가지다. '1박2일'은 남녀노소 누구나 판타지를 갖게 마련인 여행이라는 소재를 깔고 있어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타겟층이 넓다. 여행이라는 보편적인 소재 위에 복불복이라는 젊은이들을 매료시키는 게임적인 요소의 결합은 재미와 의미의 공존을 가능케 한다. 1년에 한 번씩 연례행사로 벌어지는 시청자와 함께 하는 '1박2일'은 이 예능 프로그램이 얼마나 폭넓은 시청층을 갖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해피선데이'의 예능들은 작금의 신상 예능으로 등장해 젊은이들에게 제목처럼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뜨거운 형제들'만큼 세련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누군가 누군가를 조종한다는 아바타라는 콘셉트가 가진 힘은 그것이 작금의 젊은 세대들의 이른바 온라인 라이프 스타일과 맞닿는다는 점에서 그 폭발력이 있다. 하지만 이 젊은 세대에게 뜨거운 예능이 나이든 세대에게도 뜨거운 것은 아니다. 이 프로그램은 그런 면에서 어딘지 젊은 세대들만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예능이 아닌가 하는 선입견(이건 확실히 선입견이다)을 만든다.
이것은 새롭게 시작한 유재석의 '런닝맨'도 마찬가지다. 도시의 랜드마크를 새로운 예능의 공간으로 끌어들인 것은 다분히 지금껏 리얼 버라이어티의 공간들이 시골로 한정됐던 것을 벗어나려는 야심찬 차별화 전략이다. 도시 공간에서 펼쳐지는 치열한 게임 역시 젊은 세대들에게 소구하는 점이 많다. 그것은 딱딱한 일의 공간을 재미와 놀이의 공간으로 바꾼다는 그 콘셉트가 작금의 세대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세련됨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것은 어떤 공감대다. 끊임없이 게임을 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왜 그래야하는지를 잘 모르겠는 상황은 재미를 반감시킨다. 특히 나이든 세대들에게 목적 없는 놀이는 익숙한 것이 아니다. 물론 젊은 세대들은 조금 다르겠지만. 바로 이런 점은 '런닝맨' 역시 타켓팅에 있어서 어떤 한계를 만들어낸다. 주말 저녁 시간대의 예능은 젊은 세대들의 전유물이라기보다는, 좀 더 소구층의 폭이 넓어진 게 사실이다. 이것은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가진 스토리성이나 진정성 같은 특징들이 좀 더 나이든 세대들을 끌어들인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재미로만 따진다면 주말 예능의 최강자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신상 예능으로서 '뜨거운 형제들'은 아예 '재미'를 기획의도로 내세운 만큼 확실한 웃음을 선사하며 새로 시작한 '런닝맨'은 기존 예능의 코드들이 반복된다는 비판이 있지만 유재석이라는 검증된 MC가 만들어내는 재미가 여전히 쏠쏠하다. 하지만 타겟팅의 측면으로 바라보면 왜 '해피선데이'가 주말 예능의 최강자로 군림하는 지를 잘 알 수 있다. '남자의 자격'과 '1박2일'이 가진 넓은 소구층. 이것이 '해피선데이'라는 예능이 롱런하는 이유다.
초심이란 말은 이럴 때 어울리는 말이다. 제작진이 스스로 밝힌 것처럼 '세바퀴'의 가희 논란에서 정작 가희의 잘못은 없다. 잘못은 초심을 잃은 제작진에게 있다. '세바퀴'라 불리지만 이 프로그램은 '세상을 바꾸는 퀴즈'가 본래 이름이다. 뭐가 그리 대단한 퀴즈길래 세상을 바꾼다는 얘기일까. 중요한 건 퀴즈 자체가 아니라, 퀴즈에 참여하는 신구 세대들과 그들이 서로 소통하고 어울리는 그 과정이다. 그 과정은 실로 세상을 바꿀만했다. 퀴즈를 풀며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신세대들과 중장년층이 서로 어우러지는 그 광경.
선배들은 신세대들의 문화를 잘 몰라도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였고, 신세대들 또한 선배들 시대의 문화를 리바이벌해주는 존경의 태도를 유지했다. '일밤'의 한 파트로 있을 때는 이 신구세대의 균형이 잘 이루어졌다. 아마도 그 시간대는 신구세대 모두를 배려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일밤'에서 빠져나와 몇 차례 편성표의 자리를 옮겨 다니다 작금의 밤 시간대로 자리를 잡으면서 '세바퀴'는 조금씩 변한 게 사실이다.
내적인 이야기보다는 외모에 치중하는 경향도 생겼다. 젊은 남자 아이돌에게 복근을 보여 달라고 요청하고, 보여주면 일제히 환호하는 아줌마들의 모습, 그리고 때로는 과감하게 복근을 만지거나 껴안는 장면들은 물론 호감의 표시이거나 웃음을 주기 위한 과장일 테지만, 이런 장면이 연출될 때 유의해야할 점은 거기 세워지는 젊은 남성 혹은 여성이 이 당혹스런 분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다. 조권 같은 이미 예능감이 충만한 아이돌이라면 오히려 분위기를 압도하면서 상황을 주도해나간다. 이럴 경우, 성희롱 같은 느낌은 상쇄된다. 물론 이런 연출이 잘된 것이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나마 이런 경우는 어떤 균형이 유지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균형이 깨졌을 때가 문제다. 아저씨와 아줌마들이 젊은 아이돌들을 세워놓고 춤을 추게 하고 복근을 보여 달라고 조르는데, 그 행동이 어떤 강요 같은 느낌을 줄 때, 게다가 프로그램이 전체적으로 이런 느낌으로만 흐를 때, 그건 당하는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그걸 보는 시청자들까지 불편하게 된다. 문제가 생겼던 가희가 출연했던 '세바퀴'에서는 특히 그런 불균형이 심했다. 이날 출연한 줄리엔 강을 놓고 벌어지는 아줌마들의 토크와 행동들이 특히 그랬다. 박미선이 계속 줄리엔 강이 "잘생겼다"고 연발하자, 이경실은 그래서 미리 "침을 발랐다"고 표현했으며(이때 줄리엔 강은 그 말뜻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 뜻이 '뽀뽀'를 뜻하는 거냐는 줄리엔 강의 질문에 이경실은 "뽀뽀 원해?"하고 다시 물었다. 결국 줄리엔 강은 "허그를 잘 한다"는 이휘재의 말에 따라, 아줌마들의 애정 공세에 일렬로 죽 늘어선 그녀들을 하나하나 껴안아줘야 했다.
가희가 나왔을 때는 조형기가 자신의 과도한 애정을 표현했다. 이것은 지금껏 조형기가 가진 캐릭터에 비춰볼 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외모 쪽으로만 흘러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조형기의 애정 역시 그다지 편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급기야 이상형에 대한 질문이 흘러나왔고, '자기보다 키가 작은 사람은 싫다"는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그리고 역시 외모에 대한 비교가 이어졌다. 그 이상형에 맞는 사람은 줄리엔 강밖에 없다며, 그와 그녀를 나란히 세우는 것. 그 후에 예정된 대로, 가희가 섹시한 춤을 추었고, 거기에 대해서는 김구라가 넋이 나간 모습을 연출했다.
'세바퀴'의 외모에 대한 치중은 결국 성적인 뉘앙스를 풍기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는 신구 세대 간의 균형있는 접근이 아니라, 아저씨 아줌마들이 젊은 세대들을 세워놓고 그 성적인 뉘앙스(외모로 표현되는)를 소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상황이 만들어내는 문제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성 희롱 같은 불편한 장면들이 연출된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아저씨 아줌마들로 표상되는 세대들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아저씨 아줌마들은 다 그래)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이런 차원으로 넘어가면 애초에 '세바퀴'가 의도했던 세대 간의 소통은 요원해진다. 결국 구세대들의 젊은 세대를 소비하는 방식으로 흘러간다는 얘기다.
'세바퀴'의 가희 논란이 불거진 것은 바로 그 키 얘기 자체가 민감해서라기보다는, '세바퀴'가 계속 의도적으로 연출해낸 이런 자극적인 구도 탓이 더 크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이상형을 물어보는데, 외모를 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스토리텔링이 될 것이다. 따라서 '세바퀴'의 문제는 '가희 논란'이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초심과는 멀리 와 버린 작금의 프로그램 전반의 문제다. 아무리 자정에 가까운 성인들의 시간대라고는 하지만, 너무 노골적인 외모나 성적인 접근은 오히려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 땅의 모든 중년들이 젊은 외모 앞에 노골적인 것처럼 그려지는 것은 분명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신구세대가 균형 잡혀 있던 그 때의 초심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나도 여기 싸고 싶다." 넓게 펼쳐진 정원에서 빅토리아가 서툰 한국말로 말하자, "싸고 싶다가 아니고 살고 싶다!", 하고 써니가 고쳐준다. 사실 고쳐준 것이 아니라 빅토리아의 서툰 말투를 가지고 말장난을 한 것. 그러자 빅토리아가 다시 고쳐 말하는데, 이번에는 써니가 이 말을 '쌀국수'로 몰아간다. "쌀국수도 아니고..." 우연히 지나치면서 나왔을 이 짧은 대화는 그러나 써니가 가진 특유의 예능 순발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써니가 '청춘불패'에서는 딱 그 주인공이었다. 써니와 유리가 '청춘불패'에서 빠지고 나서 이 프로그램은 분명 구심점이 흔들렸다. 거의 대부분을 김신영이 이끌어나가고 있지만(물론 이것은 과거에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그녀를 받쳐줄만한 아이돌이 눈에 띄지 않았다. 사실 '청춘불패'는 뭐니뭐니해도 걸그룹 아이돌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김신영이 아무리 진행을 해나간다고 해도 그녀에게 전적으로 기대서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써니의 빈자리가 느껴질 수밖에 없다.
써니가 특별게스트로 참여한 일본특집 편에서 김신영의 진행은 써니의 닭살 애교로 살아났다. 버스 안에서 김신영은 써니에게 '일본식 애교 3종세트'를 요청했고, 써니는 특유의 주부애(주먹을 부르는 애교)를 선보였다. 그러자 김신영은 거기에 맞춰 “오랜만에 주먹을 부른다”며 “토쏠리노 노오데쓰(토하시면 안됩니다), 비닐봉다리 후루룩데쓰요(토는 비닐봉지에 하세요)"라고 개그를 던졌다. 개그맨인 김신영과 아이돌인 써니의 조화가 빛나는 장면이었다.
게스트로 참여했기 때문에 써니는 그다지 전면에 나서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써니가 거기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청춘불패'는 어떤 활기가 느껴졌다. 특히 써니와 또 다른 콤비를 이루던 효민은 잠자는 써니를 두고 이른바 병풍 개그를 환기시켰다. 늘 써니의 병풍을 자처했던 효민이 이번에는 카메라 앞에 서서 써니가 뒤에 있다고 말하며 그 상황을 뒤집어버린 것. 이것은 효민이 가진 병풍이라는 캐릭터에 써니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그다지 튀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던 써니지만, '청춘불패'에서 그녀의 빈자리는 너무나 크게 느껴진다. "이렇게 일 잘하는 여자는 처음 봤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고, 그렇다고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역할 또한 톡톡히 해냈다. 중요한 건 자신 혼자 개인기를 통해 웃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멤버들과의 관계(콤비)를 통해 '청춘불패' 전체의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다.
써니가 특별 게스트로 참여한 '청춘불패' 일본 특집편은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존재감이라는 것이 무엇을 통해 빛나는 지를 잘 말해준 사례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 써니와 유리가 빠지고 빅토리아와 주연, 김소리가 새롭게 합류하여 과도기에 처해있는 '청춘불패'가 고민해야할 숙제로 남아있다. 써니의 빈 자리를 채워주고 전체 팀원들의 캐릭터를 살려낼 차세대 아이돌 분위기메이커는 누가 될 것인가. '청춘불패' 본연의 자세인 시골에서의 일에도 열심이면서, 또 예능으로서의 웃음 또한 놓치지 않는 제2의 써니가 필요한 시점이다.
예능의 최대 격전지, 주말 저녁 시간대에 방송3사의 사활을 건 싸움이 시작될 전망이다. MBC '일밤'의 '뜨거운 형제들'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고, 여기에 SBS '일요일이 좋다'에서 유재석의 복귀작으로 기대를 갖게 만드는 '런닝맨'이 가세한다. 애초에 KBS 파업으로 하이라이트 편성될 것으로 여겨졌던 '해피선데이'도 파업에도 불구하고 정상방송을 하게 됨으로써 이 예능 삼국지는 더 흥미진진하게 되었다. 그 향배는 어디로 향할까. 각 프로그램들의 장단점과 관전 포인트를 정리해봤다.
'해피선데이'가 하이라이트로 편성되었다면, 주말 예능은 자칫 '뜨거운 형제들'과 '런닝맨'의 대결구도로 흘렀을 가능성이 짙다. 새롭게 구성된 프로그램들인데다가 '무한도전'의 1인자 유재석과 2인자 박명수의 대결이 주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피선데이'가 가세함으로써 이 대결구도에 강호동과 이경규가 포함되게 되었다. '1박2일'은 최근 내우외환이 깊지만, 그래도 그 저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어느 순간에도 웃음을 만들어내는 폭발적인 예능감의 이수근에 거는 기대감이 높다.
게다가 '해피선데이'의 주시청층은 충성도가 높다. 연령대도 고루 분포되어 있어서 몇몇 변화에는 웬만해서 채널을 돌리지 않는다. 여행이라는 보편적인 소재와, 돌발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스토리 전개가 압권이다. 무엇보다 '해피선데이'의 다른 한쪽 날개인 '남자의 자격'에 대한 호응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타 방송사 예능들이 '1박2일'이 방영되는 시간대를 피해 앞부분에 자사의 신상 예능을 편성하기 때문에 사실상 경쟁은 '1박2일'이 아니라 '남자의 자격'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상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1박2일'의 아성에 도전할 만큼 자리를 잡은 '남자의 자격'은 충분히 타 방송사의 신상예능과 붙어 선전할 자격이 충분하다.
'일밤'의 '뜨거운 형제들'은 말 그대로 뜨겁다. 아바타 소개팅이 반응을 얻고 나서 조금씩 변주해가는 것도 흥미롭다. 캐릭터도 점점 잡혀가고 있는 추세다. 그저 아이돌로만 여겨졌던 이기광은 예상외로 신선한 예능감을 보여주고 있고, 사이먼D도 특유의 능글능글한 캐릭터를 잘 살리고 있다. 여기에 박휘순은 웃기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개그맨 특유의 근성을 보이는데다, 돌아온 예능돌 노유민의 사차원과 신상 캐릭터로 때론 진지하면서도 엉뚱함으로 웃음을 주는 한상진도 주목을 끈다. 조합이 잘 맞지 않을 것만 같았던 김구라와 박명수의 조화도 잘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고, 탁재훈의 예능감은 새롭게 부활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아바타 소개팅에 너무 집착하는 듯한 모습은 벌써부터 형식이 너무 식상하다는 평가를 나오게 하고 있다. 재미는 있지만 반복되는 듯한 느낌은 자칫 새로운 예능을 급격히 소진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를 변주시키느냐는 것이다. 상황극 설정은 지금껏 야외만을 고집했던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신선했던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상황극은 그 자체로 인위적인 설정이기 때문에 반복되면 쉽게 식상해질 수 있다. '일밤'의 또 다른 축인 '단비'는 그 좋은 의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청률에서는 성공을 못 거두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하지만 '뜨거운 형제들'만큼은 확실히 뜨겁다는 것이 '일밤'의 선전을 기대하게 한다.
새롭게 시작하는 SBS의 '런닝맨'은 유재석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초반 시청률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일단 우리가 흔히 봐왔던 시골 버라이어티에서 벗어난 도시 버라이어티라는 점이 신선하다. '1박2일'이 야생의 모험을 전면에 내세웠다면, '런닝맨'은 도시의 모험이라는 점에서 그 대결구도가 흥미진진하다. '런닝맨'을 단순히 도시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라 치부할 수 없게 하는 것은, 도시라는 공간 자체가 많은 이들의 욕망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특정 공간을 빌려서 하는 게임 속에는 게임의 재미뿐만 아니라, 그 공간에 놓여진 물건들이나 상품들에 대한 도시인들의 욕망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강한 게임과 판타지를 자극하는 욕망이 공존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런닝맨'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X맨'의 또 다른 변형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한 편으로는 '무한도전'에서 이미 많이 봐왔던 추격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게다가 첫 게스트로 출연하는 이효리에 대한 논란도 불씨로 남아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뚜껑을 열어보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뭐라 단정 짓기가 어렵다. '일요일이 좋다'의 다른 한 코너인 '패밀리가 떴다2'는 폐지되고 다음 주부터는 '영웅호걸'이 새롭게 포진할 예정이다. 이로써 '영웅호걸'이 어느 정도 '런닝맨'을 받쳐줄 것인가도 관건이 되고 있다.
주말 예능은 이제 새로운 신 삼국지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두터운 고정 시청층을 갖고 있는 '해피선데이', '뜨거운 형제들'로 새롭게 주목을 끌고 있는 '일밤', 기존 코너들을 모두 하차시키고 유재석을 투여한 '런닝맨'을 위시해 새롭게 시작하는 '일요일이 좋다'. 그 향배가 어디로 흘러갈 지는 쉽게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 향배가 어느 쪽이든 팽팽한 대결구도 자체가 주말 예능에 어떤 긴장으로 작용하고, 그것이 결국 프로그램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주말 예능의 판도가 뒤흔들렸다. 프로그램 내적인 문제와 외적인 문제가 겹쳐서였다. 주말 예능의 최강자였던 '1박2일'은 파업의 여파로 기존 방송분의 하이라이트를 방영했다. 하이라이트가 방영되는 도중에 '불법파업'이라는 자막이 눈길을 끌었다. 시청자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그래도 주말 예능의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 기염을 발휘했지만 KBS의 파업이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1박2일'의 다소간의 추락은 어쩔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외적인 상황뿐만 아니라 '1박2일' 내적인 문제도 간과하기 어렵다. 김C가 빠져나가면서 생각 외로 그 공백은 크게 느껴진다. '1박2일'이 갖고 있던 다큐적인 분위기가 상당 부분 약해진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MC몽의 병역 기피 논란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수근이 선전하고 있지만 여러모로 불안한 것만은 분명하다. SBS에서 새롭게 시작한 '하하몽쇼'는 MC몽의 여파로 프로그램까지 비난받는 결과를 만들었다. 국내에서 금기시 되는 두 가지가 병역과 국적 문제라고 볼 때, 이 문제는 '1박2일'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패밀리가 떴다2'는 왜 생겼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히 내려졌다. 유재석 이효리가 이끌던 '패밀리가 떴다'와 전혀 연결고리를 찾아볼 수 없는 시즌2는 윤상현, 김원희는 물론이고 윤아와 택연 같은 젊은 피를 수혈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비판만 받다가 물러나게 됐다. '패떴2'의 문제는 프로그램의 재미가 없다는 차원보다는 매력이 떨어졌다고 표현하는 게 나을 법하다. 즉 호의적인 시선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것을 해도 줄곧 비판의 도마 위에 서게 됐다. 새롭게 시작하는 '런닝맨'으로 SBS가 다시 주말의 강자로 등장할 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반면 '일밤'은 최근 외적인 요인들 덕분으로 편성에서 톡톡한 이득을 얻었다. SBS가 월드컵에 치중하는 동안 '뜨거운 형제들'이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인상을 남겼고, 어느 정도 입소문이 나는 상황에서 KBS의 파업으로 '해피선데이'가 하이라이트 방송을 하게 되자, 10%대 시청률을 돌파하며 주말 예능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중요한 것은 단지 편성 때문이 아니라, '뜨거운 형제들'의 재미가 한 몫을 했다는 점이다. '아바타 소개팅'은 이미 식상한 포맷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뜨거운 형제들'을 궤도에 끌어올리는 견인차를 했던 소재임은 분명하다. 이제 이 틀을 발전시키든가, 아니면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다면 '뜨거운 형제들'은 타 방송사의 비어있는 편성의 틈을 비집고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직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는 잘 알 수 없다. KBS의 파업 여파가 다음 주에도 계속 이어질 것인지, 그 틈을 타고 새롭게 시작하는 SBS의 '런닝맨'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것인지, 아니면 '뜨거운 형제들'이 더 뜨겁게 타오를 것인지 그 어느 것도 예측하기가 어렵다. 분명한 것은 다음 주가 어떤 주말 예능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수도 있을 거란 예감이다.